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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후기] 산후조리원 선택 시 고려할 점

by MindRhythm 2023. 12. 5.

출산하면 당연히 산후조리원을 가는 것이 아닌가 막연히 생각했던 지난 날.. 그리고 임신하니 임신 5개월만 되어도 주변에서 산후조리원 예약했냐고 물어보며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부랴부랴 혹시나 예약 못할까봐 집 근처 조리원 몇군데 둘러보고 다 비슷하겠거니 하고  별 고민없이 비용만 생각하며 가성비로  조리원을 선택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혹시 산후조리원 선택을 고민 중이라면,
나에게 어떤 점에서 필요하고,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중요시할 건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라며 글을 적는다.


1. 산후조리원, 무얼 하는 곳이죠?

산후조리원의 역할은 뭘까?
기본적으로 산모가 몸을 회복하고 쉴 수 있도록(=몸조리 하도록) 식사, 청소, 아기 돌봄을 대행 및 숙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조리원 후기를 보면, 밥이 어떻게 나오는지 숙소는 어떻게 생겼는지 산모의 시선에서 중요한 것들이 최우선으로 평가된다.

마사지 등은 조리원마다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추가된 상품이 아닐까 한다.

1순위: 산모 몸 회복과 휴식
- 잘 먹는다                                   ➡️ 식사 제공
-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            ➡️ 빨래, 청소
- 아기 보는 일을 잠시 미룬다 ➡️ 아기 케어

그 외
- 추가 관리: 마사지(가슴, 전신..)
- 추가 프로그램: 요가, 소아과 회진 등
- 교육: 아기 수유 방법, 목욕 방법 등

왜 있을까?
이 공간은 핵가족화되며 생긴게 아닌가 싶다. 대가족일 때 집안의 다른 식구들이 챙겨줬을 것을 일 나간 남편이 해줄 것도 아니니 이 자리를 업체가 대신하는 것 아닐까?

필요한가?
제왕절개를 한 나의 경우,
병원 퇴원 후에도 며칠은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바닥에 있는 물건을 줍는 것이 쉽지 않다. (누웠을 때 옆으로 돌아 스스로 앉기까지 8-9일 걸림. 통증이 없어지기 까진 시간이 더 걸리고.. )

이럴 때는 누군가 밥을 주고 청소해주고 아이도 봐주면 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럴 때 산후조리원에서 일종의 요양은 좋은 선택이 된다.


2. 산후 조리원 선택 시 고려할 점

1) 기본 사항
식사, 청결(빨래와 방청소), 아이 돌봄 중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보자.

대체로 식사와 빨래/방청소는 대부분 비슷한 것 같고, 나는 아이를 얼마나 잘 돌보느냐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 같다.

내 몸은 쉬고 있지만 아이를 남의 손에 맡겼다보니 걱정이 되니 때문에 여기서 신뢰가 가지 않으면 좌불안석이 되기 쉽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잘 쉬지 못하게 된다.

- 아기 돌봄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
- 아기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 위생
- 근무인력(한명 당 돌보는 아이의 수)
- 아기 분유, 젖병

2) 시스템
- 모자동시간(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 남편 상주가 가능한지
- 방 사이즈
- 방 시설 (수납공간, 테이블 사이즈, 의자, 화장실 사이즈 등 ; 시설이 좋을 수록 편리하고 편히 쉴 수 있다)

3) 수유 방법

모유 수유를 원한다면 아기가 수유할 때마다 콜을 주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젖을 직접 물려서 주는(=직수) 것이 젖 도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이걸 조리원에서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그렇지 않으면 계속 유축만 해서 전달하게 된다)

내가 머문 조리원은 분명 모유 수유 권장하는 곳인데, 실제로는 신생아실에서 일하는 분들에 따라 달랐다.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근무하는 분의 성향에 따라, 모유 수유하면 젖을 물려라 콜을 줄까요? 물어보기도 하고, 어떤 분은 내가 콜을 달라고 해도 젖 물려서 젖이 도는 건 이론적으로만 그런 것이라며.. 애둘러 거절하는 분도 있었다. 결국 유축기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조리원에서 산모를 계속 접하는 건 고객응대를 지속해야 해서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급적 덜 마주치려고 한 게 아닐지.. 결국 조리원을 며칠 일찍 퇴소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4) 아기에 대한 것
- (분유 수유한다면) 어떤 분유를 먹이는지
- 젖병은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3. 조리원 입소를 하였다면, 남에게 아이를 맡길 마음의 준비를 해야

나의 경우.. 열흘 머물고 2주를 채우지 못하고 퇴소했다. 그 이유는..

첫째, 공간에 대한 불만.
- 작은 공간에서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먼지 날리며 남편이랑 있는 갑갑함
- 짐 놓을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여기저기 물건이 널부러져 있지만 허리를 구부릴 몸도 아니라 치우지도 못하고 있어 지저분함
- 침대 매트리스가 너무 물렁해서 불편함
- 베개며 쿠션이며.. 과연 세탁했을까? 하는 생각..ㅋ
- 늦가을 모기가 밤마다 나타나 잠을 못자게 함  ㅜㅜ 밤에는 모기약을 틀고 아침 모자동시간이 오기전에 약을 끄고 창문 환기 시키고.. 너무 번거롭고 모기약 성분이 공기에 있는 게 찝찝하고.

두번째는 아기 케어에 대한 불만족.

- 조제식 분유 사용
조리원에서 조제식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조제유가 아닌 조제식을 먹이는 이유를 물어보니 포만감이 크다고 한다. 결국, 여러 아이를 돌봐야하는 조리원에서는 어떤 분유든 배탈없이 배불리 먹이고 재우는 게 일하기 편했을 것이다.

- 아기침대에 놓고 흔들기
잠깐 복도에 나왔다가 신생아실에서 아기 보는 모습을 보는데, 아기침대에 아기를 놓고 밀어다 당겼다 하고 있었다. 살살 미는 게 아니라 힘차게 팔을 쭉 뻗고 당기고 있었고 그 침대에 탄 아기가 내 아기인지 확인하게 만들었다.

- 모유 수유
분명 모유 수유 권장하는 곳이라 들었는데, 실제로는 수유콜도 안 주고 유축해서 가져다 줘야했고, 가슴 마사지도 주 2회이나 생략되기도 했다.


퇴소 후..
집에서 분유도 바꾸고 직수도 하고.. 사실 집에서 혼자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분유 바꾸면서 배앓이도 하고 우는 애 달래다 보면 침대 밀수도 있겠다 생각도 든다. 또 아무리 못마땅해도 남편이 애 다루는 것만큼 못마땅하진 않다는 것도 알게 되고 ㅜㅜㅋ

하지만 한번 신경쓰이기 시작하면 지내기는 어렵다. 조리원에 들어올 때 내 아이를 남에게 맡겼다는 것을 인지하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이런 것 하나하나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결국 답은 퇴소다. 조리원은 산모 몸 챙기는 곳이 우선순위라는 것을 기억하고 마음을 비우든지 최소한 퇴소 전에 내 몸이 내 아이를 돌볼 상태인지는 확인하는 것이 좋다.